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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리터러시와 예술

작성자
T
작성일
2022-04-11 07:56
조회
290

AI 리터러시와 예술


김태희

2022





사람의 언어와 컴퓨터의 언어


    컴퓨터에게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라는 텍스트로 이루어진 문서를 통해서 시킬 일을 전달한다. 이 문서를 작성하는 일을 ‘코딩(coding)’이라 한다. 컴퓨터에게는 언어가 있다. 컴퓨터에게 일을 시키려면 컴퓨터가 사용하는 컴퓨터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컴퓨터 언어에는 C/C++, Pascal, C#, Java, Python 등 다양한 언어가 있다. 서로 장단점도 있고 유행도 있어서 개발자들은 적어도 몇 가지 언어는 잘 다루게 된다. 그런데 컴퓨터 언어를 배우고 컴퓨터를 다루다 보면 컴퓨터 언어가 사람의 언어와 비슷한 면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리가 영어를 배우려면 문법을 배울 필요가 있듯이 컴퓨터 언어도 문법이 있다. 문법을 알아야 하기는 컴퓨터 언어나 사람의 언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영어에서도 문법만 알아서는 언어를 제대로 구사하기 힘들다.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표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문법은 내용을 담는 규칙일 뿐이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언어능력, 나아가서 사고능력과 함께 이를 뒷받침하는 살아있는 지식이 없으면 효과적으로 언어를 구사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컴퓨터 언어에서도 마찬가지다.



컴퓨터와 인문학의 결합


    그러면 보다 역량이 있는 프로그래머가 되려면 어떤 능력이 필요할까? 세상의 일을 컴퓨터 언어를 통하여 컴퓨터에게 번역해 주는 능력이라 할 수 있겠다. 창의적인 사고능력과 살아있는 지식이 필요한 것이다. 인간의 언어 사이이든 인간의 언어와 컴퓨터 언어 사이이든 내용을 잘 소화하고 통찰력 있게 꿰뚫어 보고, 어려운 것도 쉽게 설명하고, 하나의 내용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아 설명할 수 있는, 즉 원리를 파악하고 문제의 근본에 접근하여 흥미롭고, 유연하게 의미전개를 할 수 있을 때 효과적인 번역이 가능해진다.    

    이제 우리는 인공지능이 세상의 많은 것을 바꿔놓을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인공지능은 데이터에서 특정한 ‘특징(feature)’을 추출하고 이를 처리하는 알고리즘을 적용한다. 즉 ‘의미’를 중요하게 다루게 되는 것이다. 앞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은 세상의 일을 컴퓨터에게 번역하는 일이라 하였는데, 인공지능의 영역에서 세상의 일을 컴퓨터에게 번역한다는 것은 고도로 추상화된 ‘의미’ 다루게 되는 것이라 하겠다. 즉, 우리는 창의적으로 ‘의미’를 다루는 일을 잘 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문제가 고도화될수록 컴퓨터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일에 예술과 인문학이 함께 녹아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우리는 자라나는 아이들을 교육하기 위한 방향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사물과 현상에 대하여 충만한 의미를 이끌어내고, 사고와 통찰로써 의미전개를 창의적으로 이끌어가는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컴퓨팅 리터리시, 데이터 리터러시, AI 리터러시


    리터러시는 ‘문해력’이라는 뜻을 가진 영어단어이다. 리터러시 능력이 없으면 글을 읽을 수 없다는 것과 같다. 컴퓨팅 리터러시는 어떤 문제가 컴퓨터로 풀어지는지, 컴퓨터로 문제를 풀기 위하여 컴퓨터와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지를 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데이터 리터러시는 데이터가 무엇을 표현하는지, 데이터 속에 무엇이 담겨있는지, 특히 행간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래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를 본다는 것을 말한다. AI 리터리시 또한 같은 뜻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이러한 능력은 분야의 전문가뿐만 아니라 이제 모든 직군에서 필요로 하는 능력이 된다. 이점은 특히 아이들 교육에 깊이 참고되어야 한다. 

    하나의 단어는 매우 풍부한 의미를 담고 있다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과일 ‘사과’에 있어서 어느 사과이든 사과라 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 사과, 저 사과는 다른 사과이며 똑같은 사과는 하나도 없다. 모든 사람이 공히 알고 있는 일반화된 사과도 사과의 한 측면이며, 서로 다른 사과에 대한 경험으로 말미암은 나만의 사과에 대한 내러티브도 역시 나에게 있어서의 사과의 한 측면인 것이다. 컴퓨터를 프로그래밍할 때 현상을 모델링함에 있어서 이와 같은 정체성에 관한 고민을 필요로 하는 경우를 만나게 된다.

    학생들에게는 조금 느리게 가더라도 하나하나 의미를 짚는 공부가 필요하다. 한 조각의 지식이나, 한 가지의 현상도 여러 관점에서 다양한 의미와 연결하며 공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창의성의 발휘되기 위하여 생각의 체력을 길러야 하며, 생각의 체력은 한 조각의 지식을 다양한 각도에서 끝없이 펼치고 확산하여 또 다른 조각의 지식과 만나는 접점을 풍부하게 찾아내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이런 일에 특화된 분야가 예술이다. 예술은 사물과 의미 사이, 의미와 의미 사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끝없이 파고들어 해체하고, 모으고, 연결하고, 찾아낸다. 이것은 또한 창의력의 원천이다. 앞서 언급한 데이터 리터러시, AI 리터러시를 강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예술은 매우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기술과 예술 결합의 방향과 생각의 근육


    과학과 예술이 융합하면 창의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양한 분야가 접목되는 융합은 창의가 더욱 활발히 일어날 수 있는 방법이며, 특히 과학과 예술의 융합이 하나의 주목되는 융합의 분야라 하겠다. 예술적 상상력이나 창의성이 과학적 도구와 만나 창의적인 상품이나 서비스가 생겨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아주 자연스럽다. 그래서 과학과 예술의 융합은 많은 주목을 받고 있으며 자라나는 학생들의 창의력을 향상시켜줄 다양한 교육적 시도가 활발하다.

    과학과 예술 융합의 대표적인 형태로써, 과학을 도구로 이용하는 예술을 들 수 있겠다. 예술적 표현은 도구나 매체를 필요로 하는데, 과학적 도구나 재료가 예술에 활용되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회화에서 붓이나 물감도 그들이 처음 나왔을 때에는 첨단 도구와 재료였을 것이다. 근래의 카메라, 영상, 컴퓨터, 인터넷과 같은 도구와 재료는 예술에서 그동안 표현이 어려웠거나 표현 불가능했던 것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예술의 지평을 넓히는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우리가 근원적인 창의성을 기대한다면 과학과 예술의 융합은 매우 다면적, 다차원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도구, 개념, 그리고 도구와 개념이 만나는 레벨 등 추상화 단계를 통하여 각 단계별로 상호간 다중적 관계를 가지는 형태로 치밀하게 융합되어야 한다. Form과 개념을 넘나들며 일어나는 개념의 발산, 통합, 재생산을 통하여 과학과 예술은 융합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과학과 예술의 융합에서 기대하는 창의성의 원천일 것이다.

    예술작품을 만드는 작가는 자신이 사용하는 도구와 재료를 깊이 이해해야 한다는 것은 기본이다. 재료의 모양이나 물성, 그리고 실제 칠해지거나 조각되었을 때의 미세한 질감까지도, 그리고 어떤 도구는 어떤 효과를 낳는지 등의, 이와 같은 재료와 도구의 성질에 대한 체험적 이해는 자신이 목적하는 표현을 더욱 충실하게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과학과 예술의 접목에 있어서도 그 재료와 도구에 대한 깊은 이해 또한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우리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은 대단히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새로운 도구가 생겨나고, 그 새로운 도구는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 내고,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도구는 또 다른 새로운 도구를 만든다. 현대의 이러한 꼬리를 무는 변화의 중심에는 컴퓨터와 컴퓨터 네트워크가 있다. 컴퓨터라는 도구는 무한한 추상화가 가능한 도구이다. 어떠한 하나의 기본 기능이 만들어지면, 그 기능을 하나의 재료로 사용하는 그 상위의 기능을 만들 수 있다. 컴퓨터 네트워크는 곳곳에 산재한 이들 기능이 뭉쳐 거대한 기능 구름과 같은 모습을 가지게 한다. 우리의 몸에 지니고 다니는 스마트폰은 컴퓨터가 들어있는 정보처리 단말기로써 이 거대한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다. 이들 컴퓨터들이 네트워크에 연결된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며 우리는 이제 그 맛을 보기 시작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예술의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아마도 신천지를 발견하는 것과 같다 할 수 있겠다.

이 글은 2020 부산문화재단의 문화예술교육 총서1권에 기고한 글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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